정윤희 Zhoung Yoonhee

Text: Artist Note

2023 [전시평문] 정윤희 - 작업노트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작성자 정윤희
작성일 2024-08-11
조회 20

평범한 일상 속에서조차 ​'본다'​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사물을 보거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선택과 판단의 근거이며 존재와 가치의 문제이다.


세계는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와 혁명을 거쳐 지금도 끝없이 움직이고 있다. 첨단 과학과 경제적 풍요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난과 고통 그리고 이전에는 겪어 보지 못한 생태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미래는 마냥 낙관적일 수 없다. 이러한 시대일 수록 예술은 더욱 필요하다. 밀란 쿤데라는 인간 존재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라는 질문 그 차체가 하나의 해답이라고 했다. 예술은 언제나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의 작업은 감각을 열어 무한한 운동 중의 상태로 대상과 교류하고 상생하며 내 삶의 철학을 실천하는 장이 되고자 한다. 내가 따르고자 하는 스승은 '자연'이다. 시들어 떨어지는 꽃에서 다시 피는 희망을 보듯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며 소멸하지 않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인다.


작업 속에서의 붓질은 외부와 교류하는 하나의 역동적 개체로서, 정착하기를 거부하고 중심이 되기를 거부한다. 조형적 형태는 물감을 쌓고 비우고 지우기를 거듭하고, 종이를 찢고 오리고 붙이며 그 위의 선들은 자유롭다. 화면은 밖으로 확장되고자 한다. 무딘 언어로 확신의 기쁨을 경계하고, 극복의 피곤함을 멀리하고, 이름없는 자유와 사라져버리는 불멸을 꿈꾸는 것, 나에게 있어서의 그리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