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Kyunghee choi

Text: Artist Note

[] 2022 전시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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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경희
작성일 2024-05-25
조회 89
부라보!! 박수를, 우리시대의 모든 ‘원더’들에게!! 


최경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원더우먼’과 같은 슈퍼히어로물의 캐릭터를 차용하여 자신의 현실 속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여러 작품들을 보여주게 된다.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 자신을 ‘원더’라고 지칭하면서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자신과 비슷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우리는 지금 우리 인생길을 잘 가는 중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작가는 회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고 이러한 내용이 어렵지 않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어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부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특별히 어떤 페미니즘과 같은 이념적 성향을 드러내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저 인간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인간다움과 같은 것들을 보여주고자 하였음을 밝힌 바 있으며 굳이 분류한다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휴머니즘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업이 여성으로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고 이는 자신과 같은 상황의 여성의 삶과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지만 작가는 이는 성적 차별의 문제 이전에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삶과 관련된 보편적이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것들에 관한 문제이자 메시지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고 아내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어려서부터 소망했던 작가의 삶을 살아내는 일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현대 사회가 요청하는 사고방식이 충돌하는 사이 공간에서는 작가는 이 사회가 ‘원더우먼’이상의 슈퍼히어로와 같은 삶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점차 인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 당시 이 모든 상왕들이 매우 난감한 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눈 앞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히어로의 삶을 살아내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잘 살고 있다”는 말로 격려하며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희생이 필요했을 것이고 본래 꿈꾸었던 것들을 내려놓는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보다는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비워져 있는 곳을 자신의 삶으로 채워 넣는 일을 기꺼이 해내고자 했었음을 그의 작업을 통해 유추해 보게 된다.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특별히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다리와 믿음직한 뒷모습을 강조해서 그려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가족을 뒤로하고 히어로의 삶을 살아가야만 할 것 같은 현실의 삶에서 여러 한계들을 딛고 일어서려는 작가의 삶에 대한 의지가 그대로 그려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이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육체의 일부임에도 정신성이 담긴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로도 읽혀지고 있다. 작업의 표현 형식 면에 있어서는 만화의 캐릭터 이미지를 차용한 팝아트처럼 보일 수 있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사실 작가가 그려낸 것은 팝아트적인 대중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일반인들의 어투에 가까운 방식에 의해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좀 더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해학적인 방식에 의해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익살스럽게 뒤틀어 말하고 있다는 점이나 사람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일련의 작업 태도 또는 작가의 시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 모순을 풍자했던 광대의 탈춤과 같은 퍼포먼스나 과거 관습적 시각을 벗어나 있던 민화 등을 연상하게 된다. 작가는 이처럼 다른 시각을 통해 한(恨)으로 남을 수 있는 현실의 한계들을 흥(興)이나 정(情)으로 환원하여 눈 앞으로 가져오고 이를 향해 의지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이 자신의 길(道)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사실 여기에는 외부의 어떠한 평가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삶을 향하여, 그리고 그와 유사한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여성들 그리고 그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남성들에게도 그저 박수만 보내고 싶다. 우리가 마주하고 현실 속에서 이 삶을 함께 잘 살아가자고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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