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노트_국문_영문
작성자
윤여름
작성일
2023-10-13
조회
99
작가노트
국문 작가노트
초기작에서는 가스 마스크와 산소마스크 등으로 소통의 단절과 부재를 좀더 직접적으로 다뤘었다. 근작에서는 어떠한 희로애락 등의 삶의 변주 없이 그저 보통으로, 만성적으로 음울함을 안고 살아가는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들을 나타내었고 또한 이것은 나의 심적 상태와 감정의 초상이었다. 키워드로는 소통과 인간관계와 그에 따른 좌절에 의한 양가감정인 멜랑콜리라는 것에 대해 다뤄왔다. 그리하여 이전의 작업들은 좀 더 크고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을 다뤄왔다면, 요즘의 관심사는 현대인이 마치 무대에 선 마스크를 쓴 사람과도 같이 자신을 위장하고 고도로 연출하는 것에 대한 것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자연계에서 위장(camouflage)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여 천적으로부터 잡아먹히지 않게 지키는 방법과 전략을 말한다. 위장하는 행위는 나약함과 연약함을 반증한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그럴싸해보이게’ 자신을 위장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마치 그러한 카모플라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 등에서 표면적으론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듯하게 보이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게시물에선 거의 대부분 모든것이 연출인 점, 특히 빛이나 심지어 사진에 나오는 인체까지, 모든 것이 마치 과일가게에서 진열된 결점하나 없이 매끈한 과일과도 같이 보정되고 다듬어진 사진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일상과의 부조화를 이루며 어째서인지 위화감이 들었고 모든 것이 연극적이고 이것은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적 욕망과 모순에 관해 반증하고 역설하며 이것은 부조화와 모순에 대한 나의 오랜 관심과 맞물렸다. 늘 누군가 보는 주체를 상정한 ‘보여지기 위한’ 사진 속 인체는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인체, 대중이 되고자 하는 미적 기준에 대한 욕망이 담겨진 인체, 관리가 잘 된,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신체 및 외모에 대한 미적 기준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확대 및 재생산하고 있는것이다. 인체 비율이 전혀 맞지 않는 갈비뼈가 한두개씩 없는 듯한 허리와 함께 과장되게 부풀려진 가슴과 엉덩이 비율로 카메라나 거울 앞에 선 ’운동하는 나‘를 올린 ’일상‘사진은 다이어트 약 광고 협찬을 부르고, 일과 일상, 자본과 사회, 자본과 일상을 밀착 및 접착시킨다. 식사 전의 마치 제의적인 의식과도 같은 사진 찍기는 기념과 동시에 일상을 온라인 공간에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잘 차려진 플레이팅은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경제적 위치를 연상케 하며 고도로 연출된 빛-식당의 창밖에서 새어들어오는 햇빛까지도-과 함께 아주 화려하고, 좋아보이고, 그럴싸해보이도록, 부유해보이도록 하는 보정 과정을 거쳐 업로드된다. 유튜브의 영상매체도 마찬가지로, 브이로그는 사람들이 보고싶어하는 일상에 대한 대리적 욕망과 아주 매끄럽게 밀착되어 처음엔 연출적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나르시시즘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극적 일상을 연출하여 자신이 스스로 1인 연극의 연출자 혹은 욕망의 대리자, 나아가 소비사회의 욕망 과다와 자본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연기같지 않은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된다. 이는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살아남기위한 전략, 즉 카모플라쥬 혹은 미미크리(mimicry:흉내내기)가 되는 것이다.정신분석학자 칼 융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수백개의 페르소나가 존재한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굳이 융을 가져와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대사회와 인터넷, 가상현실, 마치 인간이 인간을 초월하고자 만든 매끈한, 살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 사이보그처럼 보이는 기괴하기까지 한 신체이미지들의 범람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외적 모습과 함께 내면에는 자본주의의 약육강식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 혹은 그런 사회에서 살아남았다고 여기는 끝없는 나르시시즘적 욕망이 현실을 잠식해버린 거대하고 강력한 가상현실, 보이지 않지만 이미지로 드러나는 이미지의 권력구조, 나아가 이미지 소비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거대 이미지 권력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 않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극적인 신체 혹은 고전적 신체와 마스크로 표상된 위장, 서로 상충하는 오브제나 모티프의 조합으로 인한 부조화적 연출 등으로 아이템을 장착한 신체 등을 표현하여 나의 페르소나의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고전적 신체는 마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이상화된 신체, 혹은 고전주의나 그리스나 로마미술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서양의 오랜 합리주의에 대한 전통을 회복하고자 한 신고전주의 미술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합리주의와 이성 중심주의의 전통은 서양의 전통적인 일원론적 타자관이며 독선적 타자관으로 동시대의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를 거치며 비판받아왔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화된 신체에 대한 욕망이나, 보고자 하는 것을 보는 욕망은 이제 자본주의와 결합해 또 다른 미와 욕망,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거대한 기준과 부의 척도가 되어 기괴한 ’사이보그‘를 만들어내고 있는것이다. 미국의 극사실주의 회화작가 필립 펄스타인은 거대도시와 소비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을 다뤘다. 이는 20세기의 많은 작가들이 천착한, 현실을 보여주는 소재였다. 그런데 이렇게 케케묵어보이는 소재는 21세기 이후에 변주를 거쳐, 4차 산업혁명 이후에 고도로 발달하고 복잡해보이는 사회에서 또 다시 유령처럼, 그러나 확실하게도 이미지의 권력은 자본에 대한 욕망과 함께 그 형태만 변화되거나 변이될 뿐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잠식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생각들에 입각해 자신에 대한 거울 반사적 이미지로 자기자신이 만드는 이미지에 빠지는 나 자신이나 현대인의 나르시시즘적 욕망을 나타낸다. 미드저니로 대표되는 이미지 생성용 AI가 학습한 빅데이터 속의 인간의 자본주의적 욕망의 거울과도 같은 이미지-보고싶어하는 이미지-들은 AI에게 프롬프트(명령어)만 입력하면 손쉽게 재생산될 수 있다. 가상과 현실이 구분이 되지 않는, 그러나 마치 에이아이가 구현한 이미지 중 종종 드러나는 현실적이지 못한 여섯개의 손가락을 가진 손이나 꺾여진 손과 같이, 인스타그램 속 ’과하고 서툰‘ 보정에서 튀어나오는 가상현실같은 신체와 부조화 등을 시각화하였다. 또한, 게임아이템처럼 여러가지 장식적 아이템을 장착한 신체는 마스크와 함께 작품에 나타남으로써 부조화스러운, 기묘하고 모순적인 상황, 즉 자본주의에서의 나의 기묘한 페르소나를, 나아가 현대인의 기묘한 페르소나를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윤여름
Artist's Note
In my earlier works, I dealt more directly with the disconnection and absence of communication through gas masks and oxygen masks. In my recent works, I represented helpless and weak beings who live a normal, chronically depressing life without any changes in their lives such as happiness and joy, and this was also a portrait of my mental state and emotions. The keyword is melancholy, which is an ambivalent feeling caused by communication and relationships and their frustrations. Therefore, while my previous works dealt with larger, more abstract and universal concepts, my current interest has shifted to the camouflaging and highly staged nature of modern man, like a masked person on a stage.
In the natural world, camouflage refers to the methods and strategies used to make oneself appear less threatening to others and thus avoid being eaten by natural enemies. Camouflage inversely reflects the weakness and frailty of the actor. In the modern world, it occurred to me that camouflaging or exaggerating oneself in order to dramatize oneself and make oneself seem "plausible" is a form of camouflage. The most obvious example of this is on social media like Instagram, where people seem to be ostensibly sharing their normal lives, but in their most popular posts, almost everything is staged, especially the light and even the human body in the photo, The retouched and manipulated photos, like the flawless fruit on display in a fruit shop, are somehow jarring in their incongruity with the unmanipulated everyday life, and everything is theatrical, and this refutes and paraphrases capitalism and capitalist desires and contradictions, which is in line with my long-standing interest in incongruity and contradiction. The human body in photography, which is always meant to be seen by someone, is the body that the public wants to see, the body that embodies the desire to be seen, the body that symbolizes the aesthetic standards of a well-cared-for, capitalist society, and the aesthetic standards of wealth, body, and appearance.
'Everyday' photos of 'exercising me' standing in front of a camera or mirror with exaggeratedly inflated chest and hip proportions, along with a waist that seems to be missing a rib or two, which is not at all in accordance with human proportions, invoke the sponsorship of diet pill advertisements, pushing and gluing work and everyday life, capital and society, and capital and everyday life. Almost like a ritualized ceremony before a meal, taking a photo exists to commemorate, but also to display the everyday in an online space. A well-presented plate evokes the economic position of the consumer consuming it, and is uploaded with highly staged light-even sunlight streaming in from the restaurant's windows-and a process of retouching to make it look fancy, good, plausible, and rich. Similarly, in the video medium of YouTube, vlogs are so seamlessly integrated with the vicarious desire for daily life that people want to see, that even if there is no directorial intention at the beginning, the vloggers themselves become actors who perform theatrical daily life to satisfy their narcissistic desires through comments and likes, and become agents of the director's desire for a one-man play, or even actors who perform non-acting to survive the excess of desire in the consumer society and the competition of capital. This becomes a strategy for survival in a capitalist society, or camouflage or mimicry.According to psychoanalyst Carl Jung, humans have hundreds of personas.
But even without invoking Jung, the modern world, the internet, virtual reality, and the proliferation of grotesque body images that look like sleek, fleshless cyborgs that humans have created to transcend humanity, is a reflection of the outward image of oneself that one wants to present, and the desire to survive the predatory nature of capitalism, Or the endless narcissistic desire to survive in such a society is forming a huge and powerful virtual reality that has overtaken reality, an image power structure that is invisible but manifested as an image, and a structure of image consumption. And I realized that I am not free from such huge image power.In this context, I am showing the variation of my persona by expressing the theatrical body or classical body, camouflage represented by a mask, and a body equipped with items such as a disharmonious production caused by the combination of conflicting objects or motifs. The classical body shows an image that might be found in the idealized body of the Greco-Roman era, or in neoclassical art, which sought to recover the long tradition of rationalism in the West through classicism and the rationality of Greek and Roman art. The tradition of rationalism and reason-centeredness has been criticized in the postmodern era as a traditional Western monistic and self-righteous view of the other. However, this desire for the idealized body, or the desire to see what one wants to see, is now combined with capitalism to create a grotesque "cyborg" that has become another beauty and desire, a huge standard and measure of wealth in capitalist society.
American hyper-realist painter Philip Perlstein dealt with the marginalization of humans in megacities and consumer societies.
This was a subject that many artists in the 20th century were familiar with, showing reality, but this seemingly mundane subject has undergone a transformation since the 21st century, and in the highly developed and complex society afte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it is once again ghostly, but surely, the power of the image continues to submerge people, only changing or mutating its form along with the desire for capital. Thus, it represents the narcissistic desire of myself and modern people to fall in love with the image they create as a mirror reflection of themselves based on these thoughts. The mirror-like images of human capitalist desires in the big data learned by the image-generating AI represented by Midjourney - the images we want to see - can be easily reproduced by simply entering a prompt (command) to the AI. I visualized a virtual reality-like body that is indistinguishable from reality, but incongruous with the unrealistic six-fingered hand or crooked hand that often appears in the images created by AI, such as the 'overly clumsy' retouching on Instagram. In addition, the body equipped with various decorative items such as game items appears in the work along with the mask, creating an incongruous, strange, and contradictory situation: my strange persona in capitalism and the strange persona of modern people.
-Youn Yeor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