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름 Youn Yeoreum

Text: Artist Note

[] 2021 개인전 평론_이승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 그것이 의미하는 것들에 대하여 윤여름 작가는 인간으로서 타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 이를 회화 작업으로 가져와 자신의 작업을 매개로 관객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그러한 작가의 소통에 대한 시각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안락한 소외, 박제된 시간”이라는 다소 모순적으로 읽히는 독특한 수사가 담긴 주제를 선택함으로써 작가가 그동안 인간 관계에 대해 고민해왔던 바가 어떠한 것이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있다.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인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하여 화면에 보이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 즉 미묘한 연결 지점과 차별적 관계 방식을 극대화 한다. 예를 들면 한 인물을 표현하되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대칭적으로 배치하여 다른 두 인물 사이의 관계처럼 간극을 펼쳐 보이도록 하거나 한 얼굴 안에 다양한 얼굴들이 돌출되어 나온 것처럼 연결시켜 놓음으로써 마치 한 인격의 다른 측면, 혹은 타자들의 욕망 혹은 시선이 혼합되어 있는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인물 군상을 한 위치에 집중시키기도 배치시키기도 하고 인물의 눈이나 두상 전체를 나비 혹은 꽃 등의 사물로 가려 놓은 이상한 상황이 연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인물들에는 과거 전시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 작품에서는 가느다란 선이 인물과 인물 사이에 일부분을 서로 연결시킨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인물에 부가된 다양한 표현들은 작업이 상당히 복잡하게 보일 수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작가는 한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을 개입시킴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결코 단순화 시킬 수 없는 다양한 내면 상황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사유해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일련의 작업 과정들을 보면 윤여름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 접해왔던 주위 사람들과 사이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한 인간 관계에 대한 세밀한 고찰의 시간이자 깊은 성찰의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에게 인간 관계는 그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인공호흡기처럼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하였던 것이지만 동시에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점차 눈을 가리기도 하고 심지어 얼굴의 부분이나 전체를 가리게 될 정도로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이를 검은 나비와 레이스로 표현해 보여주듯이 오히려 그것이 필요하기도 하고 간혹 장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다른 방식일 수 있다는 것으로 인정하고,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상황과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서 과거 사람들과의 관계에 민감하고 소통에 좌절할 때마다 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소통의 부재와 모순적인 측면들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통이란 어떠한 차이나 간극도 없이 밀접하게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리가 필요하고 상황에 따른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거리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가 마음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작가는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직시하고자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의 작업을 접하면서 작가가 제시한 ‘안락한 소외, 박제된 시간’이라는 것은 COVID-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실제 모습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인간은 오히려 생존을 위해 거리감을 일상화 하였을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수적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전염병의 위험성에 기인한 판정에 따라 그야말로 ‘안락한 소외, 박제된 시간’를 경험하고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작가가 작업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물리적 거리에 겹쳐져 있는 심리적 거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사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의 좌절, 혹은 수용 그리고 각성의 지점이 무엇이어야 하고 그러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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