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효 Hong hyo

Text: Artist Note

2024 [전시평문] 이상과 한계, 또는 현실 속 문득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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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효
작성일 2024-08-11
조회 21
이상과 한계, 또는 현실 속 문득 감각하게 되는 차이와 변화에 대하여

홍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꽃과 자연의 모습을 표현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여러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삶이란 무엇이고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며 작업해 왔다고 한다. 앞서 작가는 그의 작가노트를 통해 자연에서 멍울지고, 흐르고 스미어 바스락거리는 느낌을 감각하게 되면서 계절이 변화하는 순간순간에 대해 각성하게 되고 이를 마음으로 노래하게 되었을 때 그곳에 바로 자신의 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음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전시에는 바로 이와 같은 작가의 심리적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음을 보게 된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표현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감각적 회화 작업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게 되는데 작가는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한 고민이 어쩌면 자연 속에서 감각되는 다양한 변화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과거 자신이 지향하려 했던 것들을 이미지로 완벽하게 그려내기보다는 작업 과정 가운데 자신이 느끼고 깨닫게 된 것들을 미완의 과정적 작업 방식에 의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와 같은 표현 방식을 통해 작가가 감각이라는 경로에서 경험하게 된 부분들을 그 자체로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추상적이고 표현적인 작업, 그리고 미완의 과정적 작업이 작가에게는 자신의 감각과 사유가 담길 수 있는 매개적 그릇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작가에게 있어 꽃을 그리게 된 것, 특별히 맨드라미와 같은 꽃을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인간으로서 이상을 꿈꾸며 살게 되는 작가의 삶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꽃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는 사랑과 같은 감정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정서를 대리하는 이상적 이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이 꽃을 어떤 이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완성된 상태의 정확한 이미지로 그려내지는 않았다. 무언가 뚜렷하지 않고 흐려져 있으며 물감이 흘러내리고 있거나 꿈틀거리는 터치로 가득한 화면에는 본래 우리가 알고 있던 꽃의 온전한 형상보다는 꽃에 서려있는 기운이나 주변의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유동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인간이 완벽을 갈구하지만 이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작가의 언급에 따라 그의 작업을 고찰해 보게 되면 작가는 이상적 완벽함을 그려내는 것보다는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삶의 순간들 가운데 삶을 살아가는 것의 해법을 결국 삶 속에서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각적 변화와 함께 그 변화의 과정 그 자체에서 찾아가려 했고 그러한 태도 가운데 작업을 하고자 했음을 알게 된다.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을 때 작가는 이를 단순히 뛰어넘고자 하는 무모함보다는 그 한계에 수렴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가 이번 전시의 주제로‘문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된 것 역시 이와 같은 작가의 삶의 태도에서 기인하게 된 순간적 깨달음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간의 흐름 혹은 의식의 흐름 속에서 접하게 되는 외부로부터 감각되는 반복적 신호들은 그 반복성으로 인해 대상과 상호작용하게 되는 감각이 무뎌지게 하고 깨어있는 의식도 모호함 속에 빠져들기 쉽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 삶 속에서도 어느 순간 변화와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서 무엇인가 내적 변화를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지향해왔던 모든 이상적 상상이라는 것은 한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 이상적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것을 추구하는 만큼 불안 수준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작가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변화 자체에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늘 한계 속에 있음에도 한계 너머를 꿈꾸고 욕망하는 일을 하게 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한계 지점에서 현실을 각성하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작가 역시 자신의 삶의 경험 속에서 완벽한 것, 이상적인 것들을 꿈꾸고 갈망하게 되지만 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을 반복하게 되면서 그가 내면 가운데 마주하게 되었던 것은 사실 고통과 불안이었음을 직시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이후로부터 작가는 점차 이상보다는 현실에서 감각하는 것들에 귀기울이고 눈여겨보게 된 것 같다.  

그 결과 어쩌면 작가에게는 일상적 현실 속에서 차이를 감각하고 변화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가 이상을 향하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점차 이를 확신하게 되는 근거가 되었는지 모른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의 작업에서 보여주듯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 속에서도 어느 순간 계절의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 변화로부터 꽃이 피고지는 순간순간마다의 떨림이 있다는 것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속에 형상과 색채의 조화가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그곳부터 음악과 같은 파동을 감각하기도 하고 벼락과 같은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는 것을 현실 가운데 경험하게 되면서 이상과 완벽함에 대한 생각에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들뢰즈(Gilles Deleuze)는 “차이는 반복에 거주한다”라고 하였다. 작가는 늘 완벽을 갈망하지만 그곳에는 고통과 불안의 그림자가 동시에 놓여져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하루하루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내면서도 동시에 이곳에서 작가는 끊임없는 차이와 변화를 찾아 나서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가운데 문득 하나의 사건처럼 다가온 순간들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작가는 이를 고통과 불안의 역설이자 그것의 또 다른 이름으로 기쁨과 노래라고 지칭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자신의 삶과 예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 양가적 정서를 노래하듯 펼쳐 보이면서 관객들에게도 이상을 향한 욕망 너머로 고통과 불안의 한계를 초월하는 길을 안내하는 가운데 현실을 살게 하는 변화와 차이에 대한 감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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