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Hurjin

전시 정보

전시 포스터
전시중2025-03-29 - 2025-04-29

제 38회 허진 개인전 <오라, 나의 영토로>

허진
작가 허진
전시년도 2025
초대일시 2025-03-29 - 2025-04-29
관람시간 2025.03.29 ~ 2025.04.29
전시장소
주소 갤러리초이(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
연락처 02-323-4900
홈페이지
작품 미리보기
전시회 내용

서사적 풍경을 넘어 실존적 풍경으로

이건수 미술비평

 

내 작품의 화두는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인간에 대한 묘사가 아니다. 하나의 인간이 처한 상황적 조건, 환경적 조건, 역사적 조건, 그리고 일상적 조건 등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 그래서 현대의 다양한 현실을 다층적 의미로 풀어 해체하려는 시도에서 화면의 서술적인 병렬 배치를 복잡하게 연출하면서 동시에 그곳을 관통하는 하나의 근본 원리를 추구하며 삶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를 묻고자 한다.” 허진, 작가노트

 

허진의 삶과 작업은 경계적 실존의 끊임없는 요구 속에서 이어져 왔다. 1980년대의 역사적·사회적 환경과 조건 하에서 수많은 우리시대의 화가들은 형식주의냐 민중미술이냐어느 한쪽을 택일할 것을 요구받았고,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광풍과 함께 전 지구적으로 구축되어가던 개념미술의 대기권 속에서 이 땅의 한 동양화가는 어떤 양가적 삶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숙명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당시 현대 한국화의 현장에선 고답적 엄숙주의와 근본주의를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으로 체계적인 변모를 모색해야 했고, ‘퓨전이란 명목 하에 서양의 화법이나 구조와 뒤섞이기 시작하면서 구체제의 화면을 부정해야할 전환의 시점에 놓여있었다.

허진은 그 자신 근대 직전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의 도도한 맥을 잇는 전통수묵화의 본류이자 계승자로서 새롭게 다가오는 동양화의 누벨바그 속에서 자신만의 물결을 찾고 자리 잡아야 했다. 그것은 새로운 물결의 시작인 동시에 지나간 물결에 대한 긍정적인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때 전통의 계승과 전위적 혁신의 경계 속에서 내려진 허진의 선택과 그 향방은 우리 한국화의 어떤 주도적인 경향으로서 분명 자리를 잡게 된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후기 구조주의의 유입과 전개를 통해 우리 미술의 화면 속에는 거대담론의 색채와 음성이 사라져가고 개인의 일상과 심리의 소소한 표현에 몰입하는 소담론의 시대가 전개된다. 허진 또한 중심과 주변의 논리, 근대와 탈근대의 상충 공간, 그 변화의 경계 속에서 지난 시대의 전통적 내용과 기법을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미적 형식과 패러다임을 참신하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허진 개인적으로 그의 모든 작업의 총체적인 정체성을 보여준, 우리 한국화의 역사에 있어서는 공적인 관계성 차원의 단계로 한국화를 승격시킨 기념비적인 전시가 그의 혁신적인 데뷔, 1회 개인전 <묵시>(1990)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문인화풍의 탈속적이고 고립적인 화면에 대한 질타와 외침으로 여겨지는 <묵시> 시리즈는 종이의 성질을 다양하게 활용한 선묘와 선염, 여러 화면 조각들을 조합,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거의 설치에 가까운, 당시 한국화 전시에선 보기 힘든 실험적 시도였다.

형식과 재료 면에서 한지와 수묵채색이라는 전통적 방법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성을 획득하겠다는 의지, 내용 면에서 우리근대사의 파편들을 콜라주하고 몽타주하여 형식적·내용적으로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성과 역사성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어려운 실험이었기에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제의 장례식을 은유하듯 흩날리는 만장(輓章) 같은 채색과 화면의 다각적인 배열로서 허진은 오래된 동양화풍 관념주의를 잠재우고, 새로운 가능성의 역동적이고 현실적인 화면들을 탄생시켰다. 그것은 역사성에서 일상성으로의,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우리 미술사의 전환과 그 경계지점을 확실히 매듭지어 보여준 새로운 기점, 젊은 한국화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작가 스스로의 말대로 허진 화면의 콜라주와 몽타주를 통한 내러티브의 생성은 그의 청각적인 불편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어려서부터 독서와 영화를 통해서 문자(텍스트)와 영상(이미지)의 기호학적 체험을 축적해왔다. 소리의 음성적인 소통 보다는 이미지의 언어적 소통을 통해 시각적으로 자신의 의도와 의미를 전달하는 압축과 생략의 기술을 터득해온 것이다. 자막으로 보는-읽는 영화, 그에게 모든 영화는 무성영화이다. 그런데 원래 영화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사실이 본질에 가깝다. 소리 없이 이미지만으로 본질적 의미를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이 이미지의 순결주의를 달리 말하면 회화의 진실성, 순수성이라고 말해도 틀림없을 것이다.

허진의 화면 위에 부유하는 여러 형상들-이미지들은 마치 영화 속 하나의 컷이 다른 컷과의 충돌 속에서 새로운 뉘앙스를 산출해내는 몽타주의 변증법과 대위법처럼, 그 하나의 독립적이고 괴리된 이미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관하고 부딪치면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성하고 있다. 정지되고 고정되지 않고 서사적 구조의 형성과 해체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다른 캔버스와도 연계되면서 그 파장을 넓혀가기도 한다. 깊이의 화면 보다는 확산의 화면을 지향하는 열린 화면. 이것은 이후의 그의 모든 화면 저변에 깔려 있는 중요한 구조적 특성이기도 하다. 그의 석사 논문 제목은 <형상성의 서술적 표현양식에 관한 연구>이다. 형상성(그리기)과 서술성(이야기)의 관계 지움과 풀이가 그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품의 주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펼쳐지는 작업들, 인간 내면의 무의식의 형상화 <다중인간>(1993), 현대사회의 부조리, 소외, 아이러니에 대한 풍자 <익명인간>(1998), 각종 동물의 개입으로 인한 조화로운 생태론의 모색 <익명동물>(2000), 진정한 인간성 회복의 담론 제시 <유목동물>(2006) 등에 이르기까지 허진은 역사성을 표면상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배후로 후퇴시키면서 인간-자연-문명에 대한 관계적 해석을 모색하고, 이들 형상들의 상호간섭과 충돌, 융합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생태학적·문명사적 고발과 반성, 인간의 익명성과 소외, 그리고 인간 본성의 회복은 결국 전통 동양화의 세계관에서 추구해온 자연합일, 물아일체의 현대적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초기작엔 이런 동양적 자연관과 세계관의 보다 직접적인 표현들을 통해 수묵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으나 최근의 주된 채색 작업은 선명하게 묘사된 진채(眞彩)의 천--인 삼재(三才)의 형상과 오버랩 되는 수묵담채적인 붓질 속에서 선사시대를 상기시키는 프리미티비즘과 원초적인 주술성마저 느끼게 해준다.

우리의 전통 한국화는 원래 산수화나 문인화를 중심으로 한 수묵화 계열과 벽화나 탱화, 민화에서 보여지는 채색화 계열의 두 전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두 가지 전통을 모두 수용해야 진정한 한국화의 다양성과 완전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허진은 이 수묵전통과 채색전통 모두를 절충하는 화면으로 하나의 경향에 치우침이 없는 우리시대의 새로운 진경(眞景)을 창출해내었다.

 

유전공학적·생명공학적 제재를 품고 있는 최근작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에 이르러서는 그가 오래 전부터 침잠했던 노마드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다. 회화에 있어서 노마디즘의 형식적 의미는 화면 위의 개체적 형상들끼리 서로 생성·구축·해체되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동일성과 일관성의 구조와 영역 설정을 해체하고 탈피하고 넘나드는 데 있다.

끊임없는 형상의 구축과 해체를 통한 존재의 지속적인 생성과 창조가 회화적 노마디즘의 본질이다. 허진의 노마드도 인간-동물-문명-풍경 등이 화면 속에서 부유하고 작용하면서 단독의 이야기(독백)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체들이 상응하면서 새로운 서사구조(대화)를 만들어가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결국 근대적 의미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코드들(화면을 주도하는 굳은 줄기들)로부터 탈주하여 차이들의 공존과 생성이 발생하는 화면을 지향해야 한다.

화면 곳곳에 산재해있는 무수한 색채의 점들과 필획들이 양자역학적인 입자와 파동의 기운생동적인 현현으로 읽혀지며 언뜻 보면 자유롭게 풀어진 탈경계의 무작위적인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그것은 치밀한 설계에 의해 경영위치된 DNA지도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져버릴 수 없다.

모든 화면의 구성이 직관적이고 직접적이라기보다는 잘 디자인되고 조합된 합리적이고 이지적인 성격의 구조체임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때문에 이 그림들은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표출된 번짐(발묵)과 깨짐(파묵)의 역동성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요소와 미시적 요소를 동시에 지닌 채 다양성의 통일이라는 질서(order)와 조화를 꾀하는 치밀한 구조의 컴포지션으로 다가온다.

 

이제 허진은 마치 창조주(composer)처럼 이종융합동물을 유토피아라는 형이상학적인 공간 속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회화적 자장의 리얼리티 속으로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미지와 형상의 나열과 배열을 넘어 그 모든 것들이 혼성적으로 유기적으로 응결되는 하나의 진실하고 절실한 점을 찾아야 할 때이다. 검고 가믈거리는 유현(幽玄)의 점. 무한히 아득하고 그윽한 감정의 깊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수많은 점을 찍어가는 그의 수행도의 전개 속에서 실존적인 근원에 대한 물음이 깊어질 때, 감정의 흐름이 정신의 응결로 그 힘을 다해갈 때, 허진의 서사적 풍경은 존재적 진실을 품고 있는 시적 풍경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다.

 

 

작가 이력

허 진 許塡 Hur Jin (196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38회 개인전(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금호미술관 및 나무화랑, 서남미술관, 예술의 전당 미술관, 마니프전, 금산갤러리, 광주신세계갤러리, Zabgalley-멜베른, 노무라미술관-교토, 월전미술관, 갤러리우덕, 갤러리 베아르떼, 한전프라자 갤러리, 갤러리 리즈-양평, 렉서스 갤러리-대구,갤러리 스페이스 이노, 성곡미술관, 문갤러리 홍콩, 여름 아트 갤러리-하남, CSP111 Artspace, 가보갤러리-대전, 갤러리 아크-광주, 갤러리온유-안양, Arbat 현대자동차 모토 스튜디오-모스크바, 아라아트센터, 비디갤러리, 아트 갤러리 21, 한옥갤러리, 세종호텔 세종갤러리, 통인화랑, 동덕아트갤러리, 베카갤러리, 갤러리PaL, 아트레온 갤러리, 갤러리 이레, DB금융센터, 갤러리초이)

 

수상 및 기획전

1989 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995 1회 한국일보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2001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 관광부)

2015 10th DAF GoldenEye 한국구상작가상(DKFA)수상(전북 김제)

2015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

2017 21회 용봉학술상 수상(전남대학교)

2017 37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 선정 특별예술가상수상

2018 5회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大賞(국회의원회관,서울)

2020 2020광화문아트포럼 선정 올해의 작가(광화문아트포럼,서울)

2021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광화문_미술여행> 우수작가 선정

대상 수상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수여)

2022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_소리 광화문> 최우수작가 선정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수여)

젊은 모색 90-한국화의 새로운 방향(국립현대미술관)

600여개 기획전 참가

 

설문조사

현역미술인54명이 뽑은 오늘의 작가’(월간미술 1996.5)

‘20년 후 오늘의 작가40인전’ (가나아트 1998,가을)

‘21C Next Generation’(월간미술 1999,9)

비평가44인이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젊은 작가’(월간미술 2003,1)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서남미술관, 한국일보사, 노무라미술관,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치기념관, 박수근미술관, 월전미술관, 아라아트센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남대학교 치과대학

 

현 직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및 미술학과 교수

 

E-mail : hurjin5@naver.com

Homepage Address : hurjin.com

 

 

 

HUR JIN(1962-)

 

B.F.A. Seoul National University(Major in Painting)

M.F.A. Seoul National University(Major in Oriental Painting)

 

35th Solo Exhibitions(Art Center of the Korean Culture and Art Foundation, Seoul, Keumho Art Museum & Namu Art Gallery, Seoul, Seonam Art Center, Seoul, Art Museum of Seoul Arts Center, Seoul, Keumho Art Museum, Seoul, Manif Seoul 2001,Art Museum of Seoul Arts Center, Seoul, Keumsan Gallery, Seoul/Gwangju Shinsegae Gallery, Gwangju, ZAB Gallery, Victoria, Australia, Nomura Museum, Kyoto, Japan, Woljeon Museum, seoul, Gallery Woodeok, seoul, Gallery Bellarte, seou, kepco plaza Gallery, seou, Gallery Liz, Yangpyeong, Lexus Gallery, Daegu, Gallery Space Inno, seou, Sungkok Art Museum, Seoul, Moon Gallery, Hong Kong, Yorom Art Gallery, CSP111 Artspace, Gabo Gallery, Daejeon, Gallery ark, Gwangju, Gallery onyuo, Anyang, Moscow Arbat Hyundai Motors Studio, Moscow, ARA Art Center, Seoul, Vidi Gallery, Seoul, Art Gallery 21, Seoul, Gallery Hanok, Seoul, Sejong Gallery, Seoul, Tong-In Gallery, Seoul, Dongduk Art Gallery, Seoul, BEKA Gallery, Seoul, Gallery PaL, Seoul, Artreon Gallery, Seoul, Gallery Jireh, Seoul)

 

Awards, Competitions and Group Exhibitions

1989 8th Grand Art Exhibition of Korea (National Museum of Contem

porary Art, awarded the Special Prize, Gwacheon)

1995 1st Exhibition of Young Artists Invited by Hankuk Ilbo (Awarded

the Superior Prize, Seoul)

2001 Today's Young Artist Prize 2001(The Section of Fine Arts,

Awarded by Ministry of Culture & Tourism)

2015 10th DAF GoldenEye-DAF Corporation(Awarded the DKFA, Gimje, North Jeolla Province)

2015 19th Heo Baek-ryeon Art Prize, Gwangju Metropolitan City Culture and Art Awards

2017 21st Yongbong Academic Awards (Chonnam National University, Gwangju)

2017 37th Judge-selected Special Artist Prize (The Korean Association of Art Critics, Seoul)

2018 Grand Prize, 5th Korea Local Community Contribution Awards (National Assembly Hall, Seoul)

2020 Artist of the Year selected by Gwanghwamun Art Forum (Gwanghwamun Art Forum, Seoul)

2021 Grand Prize, Outstanding Artist selected by Gwanghwamun International Art Festival <Art Travel> (presented by the President of the Federation of Artistic & Cultural Organizations of Korea, Seoul)

2022 The best artist selected by the 2022 Gwanghwamun International Art Festival <Light_Sound Gwanghwamun> (presented by the Chairman of the Seoul Metropolitan Council)

 

Participated in some 600 group exhibitions inciuding The Grouping Youth '90-New directions of Korea painting(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Collections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Municipal Museum,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rt Bank. Korea, Daejeon Municipal Museum, Gwangju Art Museum, Sungkok Art Museum, Keumho Art Museum, Seonam Art Center, Han-gookilbo co., Nomura Museum, Tongdosa Seong Bo Museum, Sochi Memorial Hall, Park soo Keun Museum, Woljeon Museum, ARA Art Center, College of Medicine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Chonnam National University Dental College

 

 

Professor at Dept. of Korean Painting, College of Fine Arts, Chonnam National University

E-Mail)

hurjin5@naver.com

 

Website)

hurj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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