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의 중심 주제는 ‘의식에너지’라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의식에너지는 무엇이며, 가시화 시킬 수 있는 대상인가? 라는 문제에도 오랫동안 천착해왔다. 초기에 인간의 외형으로 시작된 나의 탐구는 어느 순간부터 인간내면의 세계, 즉 비가시적 세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나는 시각예술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보이는 영역보다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의 시선이 인간의 외형으로부터 점차 내면세계를 향하게 되면서 나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이 시작되었고, 이후 인간의 내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이러한 경향은 초월적 세계에 관한 관심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단순히 과학, 비과학 혹은 이성, 비이성과 같은 이분법적 판단을 넘어선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나는 작업 초기에 아름다움을 형상으로부터 찾아 나섰다. 그런데 시각적 아름다움에 몰입하게 되면서 그 아름다움의 기반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에 아름다움은 내 눈앞에 있는 가시적인 것들만이 아니라 그 시각적 현상 너머 어딘가에 근원적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직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내 생각은 나의 관심을 인간의 외형에서 인간의 내면으로 그 방향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나의 내면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인간의 외적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나의 판단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생각은 물론 이론과 실험으로부터 우주적 진리를 탐색하는 현대물리학이나 이를 내적 사유로부터 시작하는 동양의 철학이 같은 지점에서 만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최근에 많이 접하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이 외형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가능케 하는 원리 혹은 진리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나의 평소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와 우주, 나와 자연, 나와 인간, 나와 나의 내면의 관계 등에서 이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관심을 두고 살펴왔던 뇌과학과 양자역학 그리고 천부경의 내용은 내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서로 다른 체계에서 다뤄졌던 이 세 영역은 모두가 우주적 진리를 안내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이성으로 포착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시야를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주라는 거시세계는 인간의 이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미시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양자역학은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질서를 기반으로 한 이 가시적 세계를 지탱하게 만드는 4가지의 ‘힘’이나 이에 대한 ‘원리’와 같은 비가시적 체계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때 이 힘은 동양에서 ‘기’ 혹은 기운이라고 언급하는 것의 물리학적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주적 질서와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가시 세계는 ‘힘’ 즉 ‘기’의 흐름이 만들어낸 세계이며 그 원리가 펼쳐놓은 세계인 것이다. 우주, 자연, 인간은 그 ‘힘’ 혹은 ‘기운’ 안에 내포된 질서, 조화, 아름다움과 같은 원리가 발현된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며, 그것을 느끼고 인지하는 ‘인간 의식’ 역시 이와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힘’ 혹은 ‘기’로 지칭되는 지점으로부터 보이는 세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가 연결된 것이다. 또한, 이 지점에는 나의 작업의 중심 주제인 의식의 샘뿐만 아니라 질서, 조화, 균형 그리고 우주적 원리 혹은 진리라고 지칭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발견된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느끼고, 인지하고, 사유하는 ‘인간 의식‘ 역시 이 지점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있기에 나는 나의 작업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천부경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일체를 이루고 있음을 ’인중천지일‘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이 중심은 사람임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양자역학은 관찰자의 존재 자체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감각과 인지의 주체인 ’인간 의식‘은 이 세계를 존재하게 하고 그 세계를 알게 되는 데 있어 열쇠이자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지평 위에서 나의 관심인 ’의식에너지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부터 이 ’세계’와 그곳을 살아가는 ’나‘를 알아가는 문제들을 고찰해 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실천적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길을 안내해 줄 것이라고 본다. 내게 있어 세계 속에서의 삶의 실천은 궁극적으로는 ’인간 의식‘의 확장이자 거대한 ’힘‘혹은 ’기’로 지칭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의식의 샘‘에 함입되는 능동적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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