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내용
최근 현대미술은 탈장르화 되어가면서 표현형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와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 길들여진 현대인의 의식과 고독은 역설적으로 예술가들의 정신에 반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자본의 흐름에 따른 미술형식의 유행이 인간 삶의 본질을 떠나 부유(浮遊)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로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자신의 작품과 그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화가들은 있다. 절망의 끝보다 희망적인 꿈에 가치를 부여하며 최소한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리라. 그림을 그리는 지난한 과정은 이미지를 낳는 일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영혼을 구하여 길어 올리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삶은 무엇인가?
소연은 대학을 졸업 후 이러한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며 작품에 매달려 왔고 그 결과로써 이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그녀의 화면은 형식을 떠나지 않는 조형의 기본을 담아내며 담백한 한국적 재료와 소재를 차용하고 있다. 분분히 떠도는 이미지를 오랜 관조의 시간을 통해 에스키스하고 여기에 구김을 통해 우연적이지도 그렇다고 필연적이지도 않은 경계에서 자연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반복적인 채색을 통해 구성한 화면에는 차분하면서 고요하고, 동시에 격정적이면서 짙은 감동이 담겨진다.
인고와 절개를 나타내는 국화는 불로장수를 의미하기도 하며 각기 다른 색깔의 국화 역시 그 의미를 다르게 내포하고 있다. 흰색은 진실과 감사를 노란색은 실망과 짝사랑, 빨간색은 열정과 사랑이라는 속뜻이 있다. 소연의 국화는 그런 뜻을 반영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에 삶을 반추하는 연륜이 그리 깊지는 않지만 예술가로서 걸어 온 시간을 감내하고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한 잎 한 잎 풀어내는 국화의 꽃잎을 자신과 대비시키고 있다.
현재를 살며 같이 느끼는 아픔과 슬픔, 문명에 대한 애증, 본질에 대한 갈등 등은 화면 속에서 그대로 묻어나고 한 송이 한 송이 국화로 애도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조용한 성품인 그녀의 모습이 작업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며 삶 자체를 예술로 환원하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색깔이 항상 밝거나 어두울 수는 없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는 양면 위에서 더욱 빛나거나 짙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예술가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보내 주시길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2015년 담양국제예술창작촌 총괄기획 감독 장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