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림 Yoorim Kim

전시 정보

전시 포스터
전시중2021-03-23 - 2021-03-28

비워진 언어 Languageless

김유림
작가 김유림
전시년도
초대일시 2021-03-23 - 2021-03-28
관람시간 AM 11:00-PM6:00
전시장소
주소 사이아트스페이스 : 서울 종로구 안국
연락처 02-3141-8842
홈페이지 www.42art.com
작품 미리보기
전시회 내용
‘비워진 언어’ 혹은 ‘채워진 감각’과 그 영역에 대하여 ‘비워진 언어’라는 주제로 시작되는 김유림 작가의 이번 전시에는 어떠한 텍스트나 이미지도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책들과 책으로부터 파생된 페이퍼 작업이 등장한다. 이 책들은 대부분 한지로 제작되어 있기에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한지 특유의 미색의 색감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작업 중 일부는 한지에 짙은 흑색의 먹이 스며있는 것도 있는데 이 역시 구체적 이미지나 텍스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어떠한 회화적 표현도 생략해 버리고 텍스트와 이미지의 지지체가 되는 지점만을 섬세하게 만들어낸 작업에는 작가가 제시한 주제처럼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고 모두 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작업과 관련하여 작가는 “언어를 찾지 못한 감정들은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언어화 되지 않은 감정, 혹은 언어화 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 깊은 어느 곳에 쌓이게 되는 것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본디 어떤 문장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텍스트와 그 텍스트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컨텍스트의 관계를 읽어내기 마련이고 이 관계로부터 맥락에 맞는 해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작가는 컨텍스트 영역을 극도로 강화하고 텍스트에 해당하는 영역을 비워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텍스트의 영역이 비워져 있으므로 이로 인해 작업에 대해 무한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으나 작가는 컨텍스트 영역을 극도로 강화함으로써 표면 위로 부상하는 텍스트의 지시적 의미가 무엇이든, 혹은 비워진 상태일지라도 그것을 능가하는 컨텍스트의 지위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자신의 작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컨텍스트가 마치 텍스트의 지위를 성취해낸 것처럼 보이는 김유림 작가의 작업은 헤럴드 제만의 “태도가 형식이 될때”라는 전시 기획에서 작품 자체보다 개념 설정이나 작업 과정 등 컨텍스트를 중시하였던 것을 연상케 한다. 작품은 거의 비워둔 상태처럼 보이지만 그 비워둔 지점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그곳에 정작 표현하고 싶었으나 표현할 수 없었던 마음 깊숙히 있는 것들에 대해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미세한 묵언의 웅변을 하는 듯한 김유림 작가의 작업은 그러므로 ‘비워진 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나 ‘채워진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책의 형식 안에 담아낸 감각의 언어는 텍스트라는 개념에서는 비워낼 수 밖에 없고 비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감각이라는 개념에서 보게 되면 가득 채워진 것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관객 역시 구체적인 무엇을 읽어내려 하다보면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작업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거나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의 눈을 열어 그곳에 스며있는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쏟아놓은 것들, 즉 작가 내면의 느낌과 정서를 느끼고자 한다면 구체적 무엇을 읽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뿐만 아니라 예술 작업 역시 맥락과 관계를 읽어낼 때 진정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라면 김유림 작가의 ‘비워진 언어’라고 지칭되는 작업은 비워진 그곳이 아니라 비워진 그곳을 만들어낸 상황과의 관계, 그리고 언어화 할 수 없었던 마음 속 한켠과 그러한 정서를 만들어냈을 상황과의 관계를 상상하는 가운데 작업을 읽어갈 필요가 있다. 그때 작가의 작업과 그가 공유하고자 하였던 내적 영역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감정은 언어로 표현되어 말과 글이 된다.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한 감정들은 죽어서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내 안에는 버림받은 감정들이 쌓여있고, 나는 가끔 그 안에 매몰되기도 한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는 한지로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내가 만든 책에는 글과 그림이 없다. 애초에 언어화에 실패한 감정에 다시 언어를 붙이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대신 한지의 결을 쌓아 하얀 공백을 메운다. 한지는 닥나무의 긴 섬유질로 만들어져 물로 적셔 뜯어내면 숨어있던 결이 깃털처럼 드러난다. 한지의 깃털을 겹치고 엮어서 책을 만들면 갈피를 잃었던 마음의 행간을 찾은 것 같은 흐뭇함이 든다. 종이를 접고 자르고 꿰매고 도려내고 뜯고 말리는 수행의 시간이 쌓여 한 권의 북오브제가 만들어진다. 한지로 만든 북오브제에 때로는 먹을 이용하여 색을 입힌다. 먹은 식물의 기름을 태워 만들어진 그을음을 아교로 압착하여 만든 것이다. 재가 하늘에 날리듯 한지의 결에 스며들면 농담의 차이만으로도 내면의 깊이를 형상화할 수 있다. 작업을 통해 손끝의 체온을 책에 담고자 한다. 딱 떨어지는 이미지가 아닌 한지의 결이 진동하는 비정형의 이미지를 만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언어가 멈춘 곳, 마음의 파동이 머무는 곳이 내가 만든 북오브제이며, 앞으로 이 추상의 공간을 더욱 넓혀 온기를 줄 수 있는 그래서 스스로가 위로를 받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2021. 김유림
작가 이력
2018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판화전공 박사과정 수료 2012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판화과 석사 졸업 2010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학사 졸업 2006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개인전 2020 형상쓰기: 언어가 된 북오브제, B-tree 갤러리, 서울 2018 WARM REGARDS,, 문화공간 이목, 서울 2016 김유림 개인전, 가가 갤러리, 서울 그룹전 포스트 프린트 2021,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김희수아트센터, 서울 외 다수 www.yoorimworks.com
갤러리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