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KIM DAE SIN

Text: Artist Note

2025 [전시평문] 고정된 것, 변화하는 것, 그리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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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신
작성일 2025-01-09
조회 5

고정된 것, 변화하는 것, 그리고 이를 그려내는 것에 대하여

 

김대신 작가는 회화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문화사와 미술사를 연구해온 연구자로서 풍경을 역사적 풍경화가들을 포함하여 근현대 문화사적 맥락에서 함께 연구해왔다. 그렇기에 작가의 풍경 작업에는 문화적 역사적 관점이 함께 교차되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나 문화사와 미술사를 연구를 위해 유럽에서 오랜 기간 학업과 연구를 하며 생활하게 되면서 동양과 서양의 시각에 대해 비교 연구를 하게 되었고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이 풍경화에는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는 점과 함께 두 개의 문화가 충돌하거나 합쳐지는 공간에서는 시각의 교차와 초문화적 시각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경험하게 되면서 이를 주목하는 가운데 이에 대해 연구해왔고 이에 대해 작업해왔다. 그래서 작가는 유럽과 극동 지역과 같이 문화적 차이가 큰 지역에서 살게 되면서 지역 환경의 차이와 서로 다른 문화적 시각의 차이를 넘어 독자적인 시선으로 풍경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업들 역시 이러한 맥락과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는 회화적 지지체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캔버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한지를 사용하거나 최근에는 아크릴 페이퍼를 사용하는 등 작업의 프로세스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작가의 작업에 대한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작가가 땅을 밟고 살아가며 경험하고 있는 주위의 풍경 혹은 이를 바라보고 있는 축적된 작가의 시각 방식과도 연결되지만 동시에 작가의 개인사와 역사적 흐름 가운데 경험하게 되었던 문화적 상황이나 그 교차점에 대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는 소재를 작업에 사용하고자 했던 것일 수 있다. 이는 매체인 물감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크릴릭 물감이라는 수성재료의 특성은 중성적이면서 동서양의 질료적으로 특징을 동시에 포괄하는 재료인데 이때문에 작가는 이를 즐겨 사용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삶 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 즉 주위 풍경이나 환경과 연결되는 것을 선택하여 작업에서 사용해 왔음을 보게 되지만 이는 단순히 어느 한 지역이나 문화의 정체성만을 드러내는 방식으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 흐름이나 개인사적으로 축적된 시각적 방식과도 상당부분 연관되도록 작업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없이 많은 터치가 축적된 회화 공간의 표면 가운데 작은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질 때 여기서 드러난 감각을 작가가 과도한 변화를 자제하고 이를 마치 안개 낀 것처럼 보이는 산하의 서정적 풍경 속에 담아내게 된 것은 그곳에 흐르는 구름과 안개 비와 바람이 영구히 고착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견고한 산이나 바위에 대한 시선마저 흐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기에 이를 강조 위하여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일종의 수사법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 그러한 예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삶 속에서 이미 익숙해진 풍경과 같은 것들, 즉 본질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나 정체성일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정념들마저 끊임없는 변화와 차이가 만들어낸 궤적에 의해 흔들릴 수 있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의 회화 전체가 이러한 맥락의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 일련의 작업에 대해 모두 변한다. 그리고 그린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작가의 언급은 그가 그리고 있는 풍경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반어적 역설로 읽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눈앞의 풍경 거기에는 고착되어 있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시각적 표현 대신 작가의 행위만으로 본다면 작가는 그 변화하는 것들을 화면에 고착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 변화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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