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송 Rosasong

Text: Artist Note

[] 2023 전시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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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사송
작성일 2023-10-14
조회 37
카오스적이며 프랙탈적인 삶의 세계, 예술의 세계에 대하여 로사송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화면 전체에 단순한 정사각형 형태의 추상적 페인팅 작업이 수없이 반복되어 패턴적 구조가 전면화 되어 있는 회화 작업들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정사각형의 구조 내의 내용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작가는 단순해 보이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구조 안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무한한 변화가 보이지만 그 변화들은 다시 질서를 만들어 내고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결과물들은 구조 안에 내재된 변화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작업에 대하여 작가는 “백사장에 무수히 보이는 발자국들은 혼돈과 무질서의 총합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개별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볼 수가 있다”라고 언급하였다. 이를 보면 작가는 혼돈과 무질서라는 카오스적 세계 속에서 프랙탈적 반복 패턴을 읽어내고 있거나 거꾸로 프랙탈적 반복 패턴이 내재된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 것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와 같은 작가의 조형적 시각이 작가 자신이 살아온 삶으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작가는 그의 작업 노트에서 자신의 작업이 삶 속에서의 우연한 갈등이거나 삶을 명확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관습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대단한 무엇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기 보다는 일기장처럼 사소한 것들을 축적해낸 것이며 그것이 자신의 서사라는 점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주어진 컨셉을 따라가는 일이거나 거꾸로 탈선도 허용되는 해방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도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작업의 양가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질서로 보이는 세계의 심연에는 무질서와 혼돈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우연과 무질서가 반복될 때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서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며 이것이 바로 세계임을 작가는 직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성을 기반으로 한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가 거시적으로는 질서의 세계로 보일 수 있으며 질서의 세계가 사실은 무질서와 혼돈을 내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은 기계론적 결정론의 세계가 확률론적 임의성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쉽게 이해하거나 동의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서로 달라 보이고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이 두 체계가 이어져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때에는 아이러니하다고 느끼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논리적으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이처럼 모순적으로 보이는 세계에서 살아왔음을 어느 순간 직감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로부터 자신이 느끼고 삶으로부터 관찰하게 된 바에 대해 작업으로 그려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하루하루의 삶을 주어진 프레임에 순응하거나 이탈하는 행위의 연속으로 보고 이를 일기장을 써내려 가듯 기록해낸 모든 것들은 현실과 상상의 영역 사이공간 너머로 어느새 회화가 되었고 가시화된 세계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며 여기에는 일기장에는 기록할 수 없었던 영역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 주제인 ‘023 DOUBLE CODES’라는 것은 작가가 삶을 살아오면서 느끼게 된 세계 내의 두 가지 이질적 구조와 그곳에 내재된 양가성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예측 불가능하고 혼돈스럽지만 그럼에도 질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를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는 삶에서뿐만 아니라 본디 자연이 그러하고 우주가 그러하다고 보았기에 작가는 이 세계를 이중적으로 코딩된 것으로 파악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작은 단위체들에서 초기값에 변화를 주고 이를 그려내는 가운데 그가 그려낸 것들이 화면 전체에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경험하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패턴화 되어있는 것 같지만 어느 하나 같지 않고 수많은 변화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경우의 수들이 결국 창의적인 결과물과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 있음을 동시에 시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무의미한 반복 작업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은 일들이 연결이 되고 커다란 궤적이 되어 드러날 때 그것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삶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업을 통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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