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PARK YOUNGJOO

Text: Artist Note

[] 2021 전시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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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주
작성일 2024-01-20
조회 522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에 대하여

박영주 작가의 작업에는 어린 시절 시골마을에서 보았을 듯한 마을 풍경이 담겨 있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그려져 있으며 기와 지붕의 옛 집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을 그려가고자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찾아가며 작업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자신이 직접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살았었던 삶의 터전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작업을 풀어가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작가의 시선은 특히 시골 마을의 풍경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가 이처럼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것은 인간에 대한 거창한 무엇이나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그 평범해 보이는 곳에서 소박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에서 작가는 인간에 대한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났고 지방에 살았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억을 도시가 아니라 지방의 한적한 시골마을처럼 보이는 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관심의 양상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추측해 보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현대적이고 공업화된 도시처럼 물질 문명이 부각된 곳보다는 옛 정취가 묻어나는 시골 마을의 풍경과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서 더 명확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혹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물질과 기계 문명의 이기에 더욱더 함몰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기계 문명보다는 시골 마을처럼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의 느낌이 남아있는 곳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작가는 진정한 인간의 삶을 이처럼 평범하고 소박한 삶의 순간에서 만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과거의 시간 속에서, 특별히 시골 풍경 속에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그리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몸을 영혼의 집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의 영혼을 그대로 그리는 것 대신 집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그려내고자 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낸 집들은 한결같이 소박하고 평범할 뿐이라는 점을 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크기가 크거나 화려하지도 않은 그 소박한 집 안에 담겨 있는 작가가 말하는 인간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는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작가가 삶을 살아오면서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물질적인 것이나 외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해 보이고 평범해 보이지만 충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순간들 안에 있다는 것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이와 같은 소박한 삶의 순간들을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관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그의 시선 가운데에는 그가 발견하게 되었던 인간에 대한 그 어떤 것들의 흔적이 남겨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훈(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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