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 교수 평론글
작성자
김경미
작성일
2023-11-03
조회
115
추상적 우연성의 구체적 형상화
<김경미>하면 ‘어머니의 바다’가 떠오른다. 푸른 바다에 밀려오는 파도가 잔잔하게, 또는 힘차게, 때론 저녁 빛을 받아 붉게 물든 파도와 칠흑 같은 밤바다에 한줄기 흰 파도 등 다양한 무형의 파도가 구체화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으며, 삶의 지친 우리들을 잠시나마 휴식의 공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 극적인 파도를 자세히 보면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추상적 기법인 드리핑(dripping) 등 여러 혼재된 방법으로 파도를 표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붓으로 섬세하게 그리지 않고 순간의 포착이 쉽지 않은 뿌리기, 흘리기, 번지기 등 추상적 우연성을 파도라는 구체적 형상에 대입시켜 새로운 형상성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된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한 번의 성공을 위한 많은 실험과 반복된 작업을 통해 어렵게 어렵게 제작하고 있다. 이 점이 자기만의 독자성과 차별화이며, 이는 높이 평가 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 속에서 어떻게 독자적 자기 세계를 담아 나갈지 천천히 기대해 본다.
2023, 6
박 철 (前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